민감 질문엔 머뭇거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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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취임 2주년 국민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5.09.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집무실에서 20분간 생중계로 국민보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집무실 책상 앞에 앉은 윤 대통령은 빨간색 넥타이, 남색 정장 차림으로 굳은 표정이었다. 집무실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문구가 적힌 탁상용 패가 보였다. 해리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이 재임 중 자기 집무실 책상 위에 놓아뒀던 패를 본뜬 것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방한했을 때 윤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대국민 메시지 발표를 마친 후 윤 대통령은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약 73분간 총 20개의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을 위해 하루 전날에도 1층 브리핑룸을 찾아 2시간 가량 리허설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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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바이든에게 선물받은 명패 든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공개된 KBS 특별 신년 대담에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책상에 놓여 있던 명패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의 ‘The BUCK STOPS here!’가 새겨져 있다. 이 명패는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이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대신 진행한 대담은 4일 녹화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자주 만나니까 좋지요,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오늘은 질문 충분히 받도록 하겠습니다”며 회견을 시작했다. 4·10총선 참패 원인을 묻는 기자회견 첫 질문에는 “제가 국정 운영해 온 것에 대해서 좀 많이 부족했다는 국민들의 평가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잠시 말을 멈추고 머뭇거리다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는 과거에 비해 지금 다소 소원해진 관계인가’라는 질문에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도 “글쎄, 그…”라며 고심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를 가정해 방위비분담금 협상 방향을 물은 질문에는 “공개적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는 개각 폭과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개각이 필요하지만 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며 “민생 문제에 더욱 다가가기 위해서 내각 인선도 지금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