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총선 참패 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당 안에서도 증원 유예나 규모 조정 등의 주장이 나와 의대 정원을 정부 안대로 확정해도 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교육부와 대교협의 입장을 종합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수시·정시모집 비율 및 전형방법을 결정해 대교협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신청해야 한다. 대교협이 이를 승인·통보하면, 대학별로 5월 말까지 모집요강을 누리집에 공고한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시 시행계획은 전년 4월에 공고하는데 대학 구조 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이 가능하다. 이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역시 지난해 4월 공고한 것을 의대 정원 계획에 따라 5월까지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총선 이후 의대 증원 추진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3월20일 대학별 의대 정원 증원분을 발표했지만, 바뀔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진 상황이다. 만약 증원이 유예되거나 증원 규모가 조정되면 수험생 혼란은 불가피하다. 변화가 생길 경우 모집정원뿐만 아니라 대학별 수시·정시모집 비율과 전형방법도 바뀔 수밖에 없어 수험생들은 입시 전략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 박상규 대교협 회장은 한겨레에 “각 대학이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공고하면 모집정원을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의대 증원과 관련한 방침에 변화가 있다면 정부가 하루빨리 정리해줘야 한다”고 짚었다.

당장 2주 안에 내년도 입시 시행계획을 확정·제출해야 하는 대학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고민만 커지고 있다. 의대가 있는 비수도권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총선 이후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입시 시행계획을 확정하는 데 부담이 있다”며 “마감일까지 추이를 지켜보다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국립의대 관계자도 “정부 방침이 바뀔 수 있다는 변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험생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내년도 입시 시행계획 제출 마감일과 공고일을 늦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시 모집 일정을 고려할 때, 5월 말로 예정된 입시 시행계획 변경사항 및 모집요강 공고일을 늦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