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후 여야가 정반대 반응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진정성 있는 모습”이라며 호평했다. 이날 선출된 추경호 신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대한 주요 사안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고, (본인) 입장도 소상히 이야기했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말씀이었고, 전반적인 생각과 기조에 대통령과 (제가) 궤를 같이한다”고 밝혔다. 정희용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이 궁금해할 모든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었다”며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질책과 꾸짖음을 겸허한 마음으로 새기겠다는 다짐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2024 원내대표 선출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야권은 “맹탕 회견”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회견 2시간 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나”라며 “총선 결과에 대한 성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이 요구하는 채 상병 특검을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데엔 “국민의 생명을 저버린 처사에 분노한다”며 “22대 국회가 시작하면 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등 각종 의혹에 대한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당 한민수 대변인도 “2주년 회견은 회초리를 맞고도 고집을 부리는 대통령의 모습”며 “김 여사가 불가침 영역이라는 점도 다시 확인했다”고 논평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마이동풍(馬耳東風ㆍ남의 말을 지나쳐 흘려버림), 동문서답(東問西答ㆍ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함), 오불관언(吾不關焉ㆍ어떤 일에 상관하지 아니함)”이라 적었다. 같은 당 김보협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됐다”며 “3년은 너무 길다는 민심에 화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조기종식의 길을 찾겠다”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본청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긴급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원로들도 엇갈린 반응을 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중앙일보에 “지금까지는 전 정권 탓, 국회 탓, 야당 탓만 했다”며 “이제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느낌을 주는 것 자체가 큰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특정 언론사와의 인터뷰, 일대일 대담 형식 등 앞선 사례를 언급한 뒤 “형식이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며 “이번 회견을 국회와 소통하는 각급 채널이 풀(full) 가동하는 계기로 진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정적인 의견은 주로 “총선 결과에 대한 분석과 반성이 전혀 없었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이유였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국민이 정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냉정한 분석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여당을 복구할 방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슬슬 지나가는 수준 이상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아 국정을 깊이 고민하거나 파악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나라 형편이 어려워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 평가도 엇갈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톤 앤 매너를 맞추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했지만,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쓱 지나가듯 사과해 들은 것 같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도 “나름의 해법 제시가 있어야 했는데,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