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내·외신 소속 150명가량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앞서 대통령실이 여러 언론 성격을 고려해 질의를 받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매체에 질문 기회가 편중됐다.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 기자들이 일어서도록 종용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윤대통령은 본인 집무실에서 약 22분간 대국민 발언을 한 뒤 출입기자들이 모여 있는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 취임 3년차를 맞은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이후 두 번째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참패했다는 평가 속에 윤 대통령이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고 불통 이미지를 벗는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 자리였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장소인 브리핑룸에서 기존 배치된 책상 등을 빼고 추가로 의자를 배치해 좌석을 늘렸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질문한 기자는 20명으로 지난 100일 기자회견 당시 14명에 비하면 늘었다. 기자회견이 부족하다고 비판 받았던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적게는 15명(2017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많게는 24명(2020년 신년 기자회견)의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질문 기회는 특정 매체에 편중됐다는 평가다. 김수경 대변인이 지목한 질문자 20명을 매체 특성별로 보면 경제지 4명(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머니투데이), 종합 일간지 4명(조선일보·한국일보·한겨레·중앙일보), 외신 4명(로이터·AFP·니혼게이자이신문·BBC), 통신사 2명(뉴시스·연합뉴스), 지상파 방송사 2명(SBS·KBS), 종편(TV조선)·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지역신문(영남일보)·인터넷신문(아이뉴스24) 각 1명 순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주로 분류되는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소위 진보 언론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지상파 3사 중에선 MBC를 제외한 KBS·SBS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MBC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으로 불리는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윤 대통령 언론탄압 논란과 연관돼있기에,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생중계되는 유튜브 채널 댓글창에 ‘MBC는 질문 안 시켜주느냐’는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국내 주요 보수언론으로 불리는 조선·중앙·동아일보 중에서는 조선일보와 그 계열사인 TV조선이 각 1명, 중앙일보가 1명씩 질문 기회를 얻은 반면 동아일보 기자는 질문자로 선택되지 못했다.

외교안보 분야에는 외신 기자들의 질문만을, 경제 분야에는 경제지 기자들의 질문만을 받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각 분야별 정책이나 실정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질문이 이뤄지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다.

지역 언론의 경우 영남일보 기자가 지목되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취임 100일 당시 부산일보에 이어 두 번 연속 경상권 지역 언론의 질문을 받게 됐다.

지난 기자회견에 이어 추가 질문이 허용되지 않은 가운데 질문과 다소 겉도는 답변이 이뤄지기도 했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 및 관련 특검법에 대한 질문 가운데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는 데 대한 답변이 일례다.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한 입장을 물은 질문인데, 윤 대통령은 “홍수나 태풍이나 이런 것들이 계속 올 수 있는데 앞으로 대민 작전을 하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이렇게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며 질문 취지와 어긋나는 답변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질문 기회가 충분히 돌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출입기자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대통령실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매체, 외교안보 분야의 경우 외신들로만 질문자를 선정한 것 같아 아쉬웠다”며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언론과 소통을 늘리겠다고 했으니 질의응답할 기회가 또 생기길 기대할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방송사, 신문사, 지역 신문, 여러 언론의 성격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골고루 안배해서 질의응답을 받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족한 질문 기회는 핵심 현안에 대한 질문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로도 이어진다.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해 해당 가방의 행방 및 관리의 적절성, 김 여사 모친이자 윤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의 가석방 판정에 대한 질문 등은 없었다.

최근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2년 만에 19계단 떨어진 62위로 집계되는 등 잇단 언론탄압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에게 소리 높여 질문하려는 이들이 입 막힌 채 끌려나간 소위 ‘입틀막’ 사태, 윤 대통령 풍자영상을 게시한 시민을 여당이 고발한 사건 등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대한 질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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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들어설 때 기립을 종용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김수경 대변인은 윤 대통령을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잠시 후 대통령께서 입장하신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출입기자는 사전에 기자단 차원의 기립 요청도 받았다면서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라 일어나든 앉아 있든 할 사항이지 기자들 ‘기립’을 사실상 종용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 침해, 탄압 논란 속에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다. 해당 기자단 측에선 대통령실과의 협의는 없었다고 했다.